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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vasMe-Once Upon Love

슈베르트의 「숭어」

by 서창옥 : 전자공학자 2026. 7. 13.



유경이와 만났던 시절은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던 시대였다. 약속을 잡으려면 집으로 전화를 해야 했고, 상대가 집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전화를 받는 일도 흔했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다시 전화를 걸어야 했다.

그날도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5시쯤, 학교에서 유경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실 유경이가 전화를 바로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집에 없거나 다른 가족이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호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유경이였다.

순간 조금 놀랐다. 유경이가 전화를 바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 전화를 바로 받네. 학교에서 일찍 왔네?”

“오늘 휴강이어서 집에 있었어.”

“그래?”

“응. 집에서 음악 틀어 놓고 청소하고 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방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청소하고 있을 유경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무슨 음악?”

“숭어.”

“아, 슈베르트의 「숭어」.”

“응.”

“분위기 있네.”

“ㅋㅋㅋ 그래.”

짧은 대화였지만 참 편안했다.

유경이는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휴강이라 집에서 쉬면서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이상하리만큼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는 팝송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슈베르트의 「숭어」를 들으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그녀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그 시절에는 목소리만으로도 상대의 하루를 상상할 수 있었다. 사진도, 메신저도 없었지만, 짧은 대화 속에는 그 사람의 하루와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내일 얼굴 볼 수 있어?”

“응.”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

“응.”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통화였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 몇 분이 하루를 설레게 만들었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오후 5시, 학교에서 건 전화.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유경이의 목소리.

“오늘 휴강이어서 집에서 음악 틀어 놓고 청소했어.”

그리고 슈베르트의 「숭어」.
https://youtu.be/maundALd0G8?si=8kMPDVXjWBPgrIf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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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outube.com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면,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청소하고 있었을 유경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날의 목소리만으로도 내 마음속에는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다.

팝송과 클래식 음악, 그리고 미술을 좋아했던 유경이.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감성과 맑은 미소를 떠올리면, 어디선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